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평균 값에서 뒤처질까봐 두려운 무리 속 개인의 불안감을 뜻한다. 얼룩말은 모두가 같은 줄무늬를 가지고 집단으로 몰려다닌다. 무리 중에서도 가장 안전한 장소는 집단의 한 가운데이다. 똑같은 무늬를 가진 얼룩말들 사이에 숨어 거대한 무리의 하나로 있을 때 얼룩말은 심적 안정감을 느낀다.
포모증후군
어리거나 병든, 상처를 입은 얼룩말이 사자의 공격 대상이 되는 이유는 그들이 보통의 얼룩말과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사자도 신선하고 건강한 얼룩말을 먹고 싶어한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이 보이는 상황에서는 사자는 어리거나, 병들건, 상처를 입은, 그러니까 다른 얼룩말과는 다른 특징을 가진 개체를 표적삼아 공격하게 된다.
동물의 세계가 그렇게 돌아간다면 인간의 세계 또한 비슷한 원리가 적용될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자신이 경계선의 인간에 있다는 데에 불안을 느끼고 무리의 가운데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어쩌면 인간은 얼룩말보다 훨씬 개성을 가진 동물이므로 더 많이 불안할 수 있다. 인종별로 다른 얼굴, 다른 피부색, 다른 문화, 다른 취향, 다른 역사를 가졌기 때문에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때문에 더더욱 마음 한구석에 무리의 가운데서 안심하고 보호받고 싶어하는 것지도 모른다.
포모증후군이 우리 사회에 크게 회자된 것은 부동산 대란이 일어나면서부터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젊은 무주택자들이 이러다 나만 집 없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영끌로 집을 사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포모증후군은 우리나라 말로 ‘소외 불안 증후군’, 또는 ‘고립 공포감’이라고 불리운다.
언급한 것처럼 부동산 대란의 시기에 뉴스에 많이 등장했었고, 가까이에는 한정 판매나 매진 임박 등의 마케팅에서 흔히 사용된다. ‘나만 못사는 것 아닐까?’라는 불안감을 조장한다는 점과 부동산도 물건처럼 사고 판다는 관점에서는 똑같이 볼 수 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노스페이스 패딩을 교복처럼 입었던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도 포모 증후군에서 비롯한 에피소드다. 이쯤되면 포모 증후군은 소비와 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채야 한다. 누군가 무언가를 팔기 위해 불안을 조장하고, 거기에 걸려드는 게 포모 증후군이다.
포모증후군에 왜 걸릴까?
포모증후군을 이야기할 때 SNS를 빼놓을 수 없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우리는 언제든 인스타그램, 트위터(X), 페이스북 등의 게시물을 통해 타인의 삶을 엿볼 수 있게 됐다. 우리는 늘 마음의 준비를 한다. 그리고 종종 이성적인 때 하는 말이 있다. “SNS는 그 사람의 최고의 순간만은 남기는 거야. B컷이나 실패한 사례가 아니라. 그러니까 부러워할 것 없다구.”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기억은 금붕어와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다. 해외여행을 간 친구의 사진을 10초만 둘러봐도 우리 마음 속엔 벌써 스멀스멀 부러움이 올라올 것이다. 여행을 가기 위해 친구가 얼마나 많은 돈과 노력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나만 못 간 것 같은 해외여행이라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중년의 사진 작가 강연을 보러 간 적이 있다. 그가 말하길 자신이 해외에서 유학을 하면서 사진 찍는 연습을 했는데, 생각해보면 절대 데뷔할 수도 이렇게 지금처럼 성공할 수도 없을 수준의 사진들이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그때엔 SNS가 없었기 때문에 남들과 자신의 실력을 비교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저 열심히 더 나아지기 위해 사진을 찍다보니 지금의 자신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젊은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너무 잘난 사람들의 결과물을 쉽게 곁에 두다보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는 힘이 없다는 내용의 강연이었다.
포모증후군이 왜 걸리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포모증후군을 촉발시키는데에 SNS가 크게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다.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경쟁사회
타인과의 비교를 피할 수는 없다. 비교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도 하고 메타인지를 향상시키는데 활용할 수도 있다. 비교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과열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현대사회는 경쟁사회이다. 미국을 닮아 자본주의적 경쟁사회가 당연시 되는 한국 사회는 더더욱 그러하다. 빈부격차가 커지고 물질만능주의로 치닫는 한국 사회에서 경쟁은 필수불가결하다. 경쟁이라는 것은 순위값을 매긴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순위값을 매기기 위해서는 비교가 필요하다. 누가 1등인지, 15등인지 알기 위해선 다양한 과목을 통해 채점하고 값을 매겨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이 순위매기기에 익숙한 20,30대가 이룬 사회에서 포모 증후군은 등장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소외되지 않기 위해, 혹은 남들보다 조금은 낫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발버둥친다. 포모가 주는 불안감은 그 노력에 비례해 자라난다. 포모 증후군에서 벗어나 행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탈 포모
탈 포모하기 위해서 먼저, 삶이 가진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마블 드라마 로키2에서 ‘시간선’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각자가 자기만의 시간선을 가지고 살아간다. 뭐 그런 내용들로 채워져있다. 우리의 삶도 각자의 시간선으로 각자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다른 이와 같은 삶을 사는 것은 얼마나 재미없고 무의미한가!
그러기 위해선 가능한 SNS를 줄여야 한다. 끊지는 못하더라도 빈도수를 줄이고 나의 삶의 순간순간을 즐기고 집중해야 한다. 누군가 간 카페를 나도 가야하고, 누군가 간 여행지를 나도 가야 한다는 법은 제정되어있지 않으며, 그것이 꼭 즐거우리란 보장도 없다.
나는 스페셜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면 남들을 따라하기 위해 노력하지 말자. 적어도 불안해하지는 않아야 한다. 재미있어 보인다면 기꺼이 해도 좋지만, 하는 이유가 불안감에서 시작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모방보다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자. 자신만의 시간선과 삶을 지키는 것이 힙한 카페에서의 커피 한잔을 찍어 올리는 것보다 조금 더 멋져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