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의 개인 구성개념 이론


인지적 관점

인간 정신과 행동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연구해 온 현대 심리학 역시 도도한 역사의 흐름인 시대정신(zeigeist)의 영향을 받으면서 발달해 왔다. 다윈(Charles Darwin, 1809~ 1982)이 1859년 발표한 ‘종의 기원’ The Origin of Species)은 인간 연구를 위한 심리학에도 엄청난 관점의 변화를 초래하였다. 그러한 시대사조 속에서 프로이트는 본능이론에 바탕을 둔 정신분석을 확립하여 인간 이해의 폭을 확장하였다. 이러한 프로이트의 영향을 기점으로 19세기 말에서 1960년대까지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심리학의 시대적 주류는 제1, 2, 3 세력인 정신역동 주의, 행동주의, 인본주의이다.

심리학의 제4 세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주류 심리학에서 수용하는 입장은 인지과학이다. 시대정신에 따른 과학자들의 학문적 주장이 중요하다는 입장에 근거하여 쿤(Khun, 1970)은 세 단계인 발달 단계, 정상과학(패러다임) 단계, 과학적 혁명 단계에 의해 과학발달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하였다. 쿤이 주장한 과학발달이 불연속적으로 혁명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패러다임론에 따라 많은 심리학자은 1960년대부터 인지혁명이란 말을 사용하며 인지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왔다. 아무튼 인지심리학은 인지과학과 현대의 정보처리 혁명을 일으킨 괴물단지인 컴퓨터의 발달과 밀접하게 관련되며 합리주의와 구성주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인지적 관점은 개인이 자신의 환경을 관찰하고, 지각하고, 평가하고, 해석하는 정신과 정 혹은 인지과정에 초점을 두는 방식이다. 인지란 말은 개인이 주변 세계에 대해 갖는 생각 혹은 아이디어를 의미한다. 역사적으로는 경험론보다 인간의 생각을 강조한 플라톤의 이성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현대 심리학의 다양한 학파 중에서 행동주의적 입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성격 이론이 인간의 정신 및 정신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지적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인지 적 관점에 속한 것으로 분류한 성격 이론가들은 전통적으로 인간에 대한 논의를 할 때 사용하는 세 가지 체계인 정서, 인지, 행동 중에서 인지의 중요성을 가장 강조한다. 즉 이들은 개인의 감정이나 행동이 인지 혹은 생각에 따라 통제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일차 적으로 관심 및 연구, 상담 및 심리치료의 주요한 초점을 인지에 맞추며 감정이나 행동은 부차적인 주제가 된다.

여기에서는 인지적 관점을 취하는 성격 이론으로 켈리의 개인 구성개념 이론, 상담 및 심리치료에서 인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엘리스와 벡의 인지적 성격 이론을 살펴보고자 한다.

 

켈리의 개인 구성개념 이론

인간 성격을 연구하는데 켈리는 인지적 과정을 강조하는 개인 구성개념'(personal constr) 이론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켈리의 입장은 개인이 자신의 환경에 대한 인지적 구성개념을 창조하며 그러한 구성개념에 의해 사건을 예견하고 해석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인간을, 일어나는 사건을 관찰하고, 의문을 던지고, 탐구하는 과학자로서 보았다. 모든 사람은 자기가 독특하게 형성한 구성개념을 바탕으로 과학자처럼 사건을 예견하고 해석하면서 삶을 영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서 그가 접하는 세계를 조직화하고 해석하는 방식인 개인 구성개념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켈리의 개인 구성개념 이론은 임상가로서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돌보는 자기 경험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러한 경험으로부터 그가 개발한 인간성의 모델은 사람들이 과학자들이 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기능한다는 ‘과학자로서 인간이라는 독특한 입장이었다. 과학자는 이론과 가설을 구성하여 실험실에서 실험을 수행함으로써 자신의 가설이 현상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언하는가를 검증한다. 실험의 결과가 가설을 지지하면 유지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폐기된다. 켈리는 모든 사람이 과학자처럼 자신의 이론과 가설인 개인 구성개념을 만들며 그것에 의해 삶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예언하고 통제하려고 노력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는 사람들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 개인이 과학자로서 독특하게 형성한 인지적 구조를 조사함으로써 가능하다고 믿었다.

인간 성격에 대한 켈리의 개인 구성개념 이론이 개인의 독특성과 주관성을 강조한 점에서 그의 이론을 현상학적 입장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것은 켈리의 인지적 입장이 정보처리적 측면에서 인지과정을 연구하는 인지심리학과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켈리는 개인 구성개념 이론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이 다른 이유가 주로 그들이 세계를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비롯된다는 입장을 유지하였다. 그가 제안했던 구성개념적 대안 주의(constructive alternativism)는 그의 인지적 입장을 강조하는 이론의 토대이다. 구성 개념적 대안 주의의 가정은 개인이 자신의 현재 해석을 변화시키거나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생각의 틀인 구성개념을 변화시킬 수 있다. 구성 개념적 대안 주의는 역시 개인 구성 개념이 거의 완전하게 사전에 결정되어 있지 않는다는 것을 함축한다. 역시 우리는 어느 정도 자신의 경험을 재해석하는데 항상 자유롭다. 그러므로 켈리는 인간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책임 있는 수행자로 보았다.

켈리의 생애

켈리(George A. Kelly, 1905-1967)는 캔자스주 휘치타(Wichita) 근처의 농촌지역에서 1905년 외아들로 태어나 근본주의 기독교 신자인 부모로부터 많은 관심과 애정을 받으며 자랐다. 켈리가 13세 때 집을 떠나 휘치타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한 후 부모와 거의 함께 살지 않았다. 켈리는 미주리주 공원 대학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하여 1926년에 학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그의 미래는 불확실했으며 그의 관심은 과학에서 사회문제로 전환되었다. 켈리는 담당 교수가 학습이론을 논의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보냈던 자신의 첫 번째 심리학 수업을 지루하고 감명받지 못한 것으로 기술하였다. 켈리는 역시 그가 처음으로 프로이트의 저서를 읽었을 때 매우 회의적이었다고 회상하였다.

켈리는 교육사회학으로 캔자스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웅변 교육, 항공 기술자와 같은 일련의 상이한 직업을 가진 후에 1929년 교육학 공부를 위해 에딘버그(Edinburgh) 대학으로 갔다. 이러는 동안 그는 심리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아이오와(owa) 대학에서 1931년에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켈리는 그 후 10년을 포트헤이스(Port Hays) 캔자스 주립대학에서 보냈다.

이 기간에 그는 가난한 모래폭풍 지대의 희생자들에게 심리학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상 네트워크를 정립했다. 켈리는 “나는 곤궁에 처한 사람들의 말을 경청했다. 그리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스스로 파악하도록 조력했다”고 기술했다(kelly, 1969), 그는 곧 이러한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들에게 무엇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설명과 그들의 미래에 무엇이 일어날 것인지에 관해 예견할 능력임을 알게 되었다. 개인 구성개념은 이러한 통찰에서 비롯되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해군에서 심리학자로 복무한 후, 켈리는 메릴랜드(Maryand) 대학에서 1년을 보냈다. 그 후 켈리는 오하이오 주립대학으로 옮겨 자신의 성격 이론을 체계화하고 연구를 수행하면서 19년 동안 재직했다. 1965년에 브랜디스(Brandeis) 대학으로 옮겨 학과장 직무를 수행하였으며 거기서 매슬로우(Abraham Maslow)를 만났다. 하지만 켈리는 아쉽게도 그곳에서 1967년에 사망했다.

 

주요개념

여기에서는 켈리의 개인 구성개념 이론의 주요 개념인 과학자로서 인간, 개인 구성개념, 기본 가정 및 추론에 대하여 살펴 보자.

과학자로서 인간

켈리의 성격 이론은 개인이 자신의 삶을 해석하는 방법에 맞추어져 있다. 그의 인간에 대한 연구는 모든 인간이 과학자라는 가정, 즉 과학자로서 인간 (man-the-scientist)의 관점에 근거한다. 일반적으로 과학자의 궁극적 목적은 예언하고 통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Kelly, 1963, P. 5). 과학적으로 인간을 연구하는 심리학자가 자신의 인지적 구조인 구성개념에 따라 인간을 예언하고 통제하려고 시도하는 것처럼, 과학자인 심리학자의 연구 대상인 피험자들도 자신의 구성개념을 통해 사건을 해석하고 예언하고 통제하려고 시도한다.

우리는 과학자가 자신의 이론을 형성하고 검증하는 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관찰하고, 의구심을 갖고, 탐색하면서 예언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를 계속하면서 우리의 삶을 영위한다. 과학자처럼, 개인은 자신의 행동 결과를 바탕으로 가설을 발달시키고 자신이 하는 예언의 정확성에 따라 그가 설정한 가설의 타당성을 평가한다. 과학자처럼, 개인은 행동의 결과를 예언하고 통제하려고 시도한다. 과학자가 더욱 훌륭한 예언을 해줄 수 있는 이론을 구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개인도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면 보다 훌륭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자신의 예견 체계를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견실한 가설 및 이론을 바탕으로 예언을 정확히 하는 훌륭한 과학자 가 있으며, 부실한 가설과 체계화되지 않는 이론으로 예언을 시도하는 별 볼 일 없는 과학자도 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경험을 통해 형성한 인식을 바탕으로 현실에 대한 예언을 정확히 하면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건강한 개인이 있으며, 자신의 경험에 근거하지 않고 체계화되지 않는 혼란스러운 인지적 구조를 가지고 막무가내로 현실에 대한 예언을 부정확하게 하면서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별 볼 일 없는 사람도 있다.

개인 구성개념

켈리는 우리가 사건을 해석하고 예언하는 데 사용하는 인지적 구조를 ‘개인 구성개념’ (personal construct)이라고 불렀다. 개인 구성개념은 개인이 세계 속에 있는 사건을 보는 방식, 즉 인생의 사건을 해석하거나 설명하기 위해서 고안된 지적 가설이다. 개인은 자신의 구성개념이 일상생활의 현실을 예언하고 설명하리라는 기대에 따라 행동한다. 개인은 과학자처럼 계속 이러한 가설을 검증한다. 즉 개인은 자신의 구성개념에 근거하여 행동하며 행동한 결과를 평가한다. 따라서 이 지구상에 당신과 동일한 구성개념을 가진 사람은 없으며, 마찬가지로 당신과 동일한 방식으로 구성개념을 조직화하는 사람도 없다.

우리 각자는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가진다. 따라서, 인간을 이해하려는 성격 연구의 핵심은 사람들이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방식, 즉 자신의 행동을 생성하는 데 사용하는 개인 구성개념을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상황이나 다양한 사람들을 접촉해 오면서 거기에 부합한 많은 구성개념을 발달시켜 왔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또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할 때 구성 개념의 목록을 확장한다. 또한 우리는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과 사건의 변화 때문에 정기적으로 구성 개념을 바꾸거나 버릴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개인은 자신의 구성개념을 계속해서 수정하면서 삶을 영위한다.

구성 개념의 변경과 수정은 필요하고 계속되는 과정이다. 즉 우리는 항상 어떤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대안적인 구성개념을 가져야 한다. 켈리는 인간이 갖는 이러한 적응성을 구성 개념적 대안 주의'(constructive alternativism)라고 불렀다. 즉 인간은 그가 갖고 있는 구성 개념을 상황에 맞는 대안적 구성개념으로 수정하거나 대체하는 주체로서 현실에 적응해 가는 존재임을 의미한다. 만약 우리의 구성개념이 유연성이 없고 수정될 수 없다면, 우리는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거나 적응할 수 없을 것이다.

기본 가정 및 추론

켈리(1963)는 자신의 성격 이론인 개인 구성개념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기본가정과 11가지 추론을 제안하였다. 여기서는 이러한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기본 가정: 개인의 과정은 그가 사건을 예견하는 방식에 의해 심리적으로 통로화 된다.
(A persons’s processes are psychologically channelized by the ways in which he anticipates events)


기본가정에 사용된 용어에 대해 켈리가 해설한 주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개인(person): 이 용어는 우리가 일차적으로 관심 두는 실체를 지적하는 데 사용된다. 우리의 일차적 고려는 개인의 부분, 어떤 집단, 개인의 행동에서 나타난 어떤 특별한 과정보다 개인이다.

과정(processes): 이 용어는 심리학의 주제인 일종의 정신에너지의 존재가 일차적으로 어떤 과정이라는 것을 가정한다. 이것은 유기체가 기본적으로 행동하는 유기체라는 것을 말한다. 즉 인간은 일시적으로 활동하는 상태에 있는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가 활동의 형태이다.

심리적으로(psychologically): 이 용어는 우리가 다루려고 의도하는 영역의 유형을 지적하는 말이다. 심리적으로’란 말은, 과정이 그 밖의 어떤 것보다 심리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과정을 심리적으로 개념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리학은 행동을 설명하기 위한 일군의 체계이다.

통로화된(channelized): 이 용어는 우리가 개인의 과정을 광대한 빈 공간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으로서 보다는 통로의 네트워크를 통해 조작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네트워크는 유동적이며 자주 수정되지만, 구조화되어 있으며 개인의 행동 범주를 촉진하고 제한한다.

방식(ways): 이 용어는 통로가 목적에 대한 수단으로서 확립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통로는 개인이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 창조한 책략에 의해 설정된 것이다.

그가(he): 방식의 주체를 강조한 말이다. 즉 조작이 이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방식보다는 차라리 개인이 조작을 선택하는 방식을 강조한다. 각 개인은 다른 방식을 만들고 이용하며, 그가 선택한 방식이 그의 과정을 통로화한다.

예견하는(anticipates): 이 말은 우리가 이론 내에서 예언적 및 동기적 특징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과학자의 원형처럼, 인간은 예언을 추구한다. 그의 구조화된 통로의 네트워크는 그가 미래를 예견할 수 있도록 미래를 지향 하여 이끄는 기능을 가진다. 예견은 개인 구성개념 심리학을 밀어주고 이끄는 것이다.

사건(events): 인간은 궁극적으로 실제적 사건을 예견하는 것을 추구한다. 우리가 심리적 과정을 현실과 관련하여 이해한다는 것을 뜻한다. 예견은 단순히 그 자체를 위해 수행되지 않고, 미래 현실이 더  훌륭하게 설명될 수 있도록 수행된다. 인간을 조바심으로 감질나게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인간은 항상 현재의 창을 통해 미래로 나아간다.


켈리는 이러한 성격에 대한 개인 구성개념이론의 기본적 가정을 바탕으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11가지 추론을 제안하였다. 그가 제안했던 추론과 그것에 대한 주요한 의미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 구성개념 추론
개인은 사건의 반복을 해석함으로써 사건을 예견한다(A person anticipates events by construing their replications). 이 추론은 반복되는 사건들간의 유사성 때문에, 우리가 미래에 그러한 사 건을 어떻게 경험할 것인가를 예견하거나 예언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개별성 추론
사람들은 각자가 갖는 사건의 구성 개념에 있어 서로 다르다(Persons differ from each other in their construction of events). 이 추론은 개인이 사건을 해석하는데 있어 보이는 개인차를 강조한 것이 다. 즉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지각하고 해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조직화 추론
각 개인은 특성적으로, 예견하는 사건에서 자신의 편의를 위해, 구성개념간의 서열 관계를 수용하는 어떤 구성개념 체계를 발전시킨다(Bach person characteristically, for his convenience in anticipating events, a construction system embracing ordinal relationships between constructs). 이 추론은 구성개념간의 관계성을 강조한 것이다. 즉 개인은 구성개념의 유사성과 차이점에 따라 구성개념을 체계적 패턴으로 배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이분법 추론
개인의 구성개념 체계는 유한한 이분법적 구성 개념들로 구성되어 있다(A person’s construction system is composed of a finite number of dichotomous constructs). 이 추론은 두 개의 서로 배타적인 대안적 구성개념을 가정한 것으로, 구성개념이 양극적임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우리가 정직에 대한 견해를 가진다면, 역시 우리는 거짓에 대한 개념을 가져야 한다.

■ 선택 추론
개인은 자신을 위해 이분법적 구성개념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며, 그러한 선택을 통해 개인은 자신이 가진 체계의 확장과 정의를 위해 더 큰 가능성을 예견한다(A person chooses for himself that alternative in a dichotomized construct through which he anticipates the greater possibility for extension and definition of his system). 이 추론은 개인의 선택 자유를 가정한 것으로, 개인은 자신에게 가장 부합하게 작동하는 대안적 구성개념을 선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이 선택한 구성개념은 그에게 예견되는 사건의 결과를 예언하도록 허용할 것이다.

■ 범위 추론
구성개념은 사건들의 유한한 범위만의 예견을 위해 편리하다(construct is convenient for the anticipation of a finite range of events only). 이 추론은 구성개념의 편리함 혹은 적용성의 범위를 강조한 것으로, 개인의 어떤 구성개념이 단지 하나의 상황이나 한 사람에게 제한될 수도 있고, 많은 상황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경험 추론
개인의 구성개념 체계는 그가 연속적으로 사건들의 반복을 해석함으로써 변화된다(A Person is construction system varies as he successively construes the replications of events). 이 추론은 새로운 경험에 대한 노출을 강조한 것으로, 인간은 끊임없이 경험을 통해 자신의 구성개념을 검증하여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구성개념을 수정하고 대체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 조절 추론
개인의 구성개념 체계에서 변화는 변형된 구성개념들이 위치하는 편리함의 범위 내에서 구성개념들의 침투성에 의해 제한된다(The variation in a person’s construction system is limited by the permeability of the constructs within whose range of convenience the variants lie). 이 추론은 구성개념의 새로운 경험에 대한 적응을 강조한 것으로, 구성개념의 침투성에 따라 새로운 요소를 편리함의 범위에 투과시키거나 받아들이도록 허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어떤 구성개념은 새로운 사건 및 경험에 개방적이며 그러한 사건이나 경험에 의해 수정되고 확장될 수 있다.

■ 분열 추론
개인은 추론적으로 서로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한 구성개념 하부체계들을 계속 이용할 수 있다. 이 추론은 구성개념들간의 경쟁을 강조한 것으로, 개인은 때때로 자신의 전체적 구성개념 체계 내에 모순되거나 비일관적인 하부 구성개념들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공통성 추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경험의 구성개념을 사용하는 정도에 따라, 그의 심리적 과정은 다른 사람의 심리적 과정과 유사하다. 이 추론은 사건을 해석하는 사람들 간의 유사성을 설명한 것으로, 개인의 구성개념은 독특하지만, 같은 문화 혹은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유사한 구성개념들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 사회성 추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구성개념 과정을 해석하는 정도에 따라, 그는 다른 사람을 포함하는 사회적 과정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To the extent that one person construes the construction processes of another, he may play a role in a social process involving the other person). 이 추론은 인간의 대인관계를 강조한 것으로, 우리는 타인이 생각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타인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를 예언하려고 노력하며, 그것에 따라 우리의 행동을 수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격 평가기법

한 개인이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는가를 이해하기 위해, 켈리는 ‘역할 구성개념 목록 검사'(Role Construct Repertory Test: Rep Test)를 개발하였다. 역할 구성개념 목록 검사는 한 개인의 인생에서 유의미한 사람들의 유사점과 차이 점을 비교함으로써 구성개념을 나타내 줄 수 있다. 또한 역할 구성개념 목록 검사는 한 개인의 구성개념 체계의 복잡성과 일생에 걸친 구성개념의 변화를 탐색하기 위하여 사용된다(Engler, 1999). 이러한 구성개념에는 두 가지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첫 번째 주제는 대인관계의 특성에 관한 내용이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다정하고 베풀기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반대로 냉정하고, 이기 적인지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주제는 구성개념내에서는 서로 대립적인 사랑을 베푸는 자기중심적인, 민감한 둔감한, 타인과 교류하는 타인에 대해 무관심한 등으로 표현된다. 두 번째 주제는 안정성(확신감)에 대한 내용이다. 구성개념에서는 의존적-건강한, 불안정한 자기 확신적인, 삶에 만족하는 불행한 등으로 표현된다(Pervin & John, 2001).

성격 이론의 적용

켈리(1973)는 상담과 관련하여 개인 구성개념 이론에 중요한 두 가지 특징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첫째는 내담자는 단순히 사건에 반응하는 것이 아닌 표상하고 기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과학자로 보는 인간 본성에 대한 모델이다. 이러한 모델의 관점에서 심리치료를 내담자가 연구자의 역할을 하고, 사실을 주의 깊게 살피는 하나의 실험 프로그램으로 생각할 수 있다. 상담자의 역할은 내담자가 특정한 가을 세우고, 그 가설을 실험해 보고, 그 결과를 보고 수정해 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Banister와 ransella(1971)는 이러한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를 연구감독자와 연구 학생의 관계로 비유하였다.

두 번째 특징은 자신이 이해한 다른 사람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실행해 보는 과정으로서의 역할’이라는 개념이다. 켈리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의 과정을 구성하는 만큼, 그는 사회적 과정에서 특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즉 사람은 다른 사람이 기대하는 것에 대해 추론한 것에 의존해서 자신의 행 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담자에 의해 실시되는 역할은 내담자의 삶에서 그가 이해한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특정한 사람의 역할을 해보는 것이다.

켈리가 역할과 새로운 역할의 형성을 강조했던 것 역시 특별히 주의를 기울 일만 하다. 켈리는 인간이 꽤 안정적이고 광범위하게 일반화된 특성을 보유하였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여러 상이한 역할들을 해낼 수 있으며 계속된 변화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았다. 켈리의 경우, 행하는 역할이란 타인의 안경을 통하여 또 다른 사람을 보고자 하는 시도이며, 즉 그 사람의 구성개념을 통하여 사람을 보려는 시도이다. 역할을 수행하려면, 행동은 타인의 관점에 대한 지각이 필수적이다. 어머니를 ‘역할 시연’하기 위해서는 어머니가 세상을 보는 방식 그대로 세상을 지각하고, 그 지각에 따라 마치 어머니처럼 행동해야 할 것이다(손정락, 1997). 켈리는 역할 시연 기법을 사람들이 새로운 조망을 얻도록 돕기 위하여, 그리고 보다 편리한 생활방식을 생성하기 위하여 고안된 치료 절차로 사용하였으며, 이를 고정 역할 치료(fixed role therapy)라고 불렀다.

고정 역할 치료는 내담자로 하여금 자기 스스로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도록 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행동하게 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내담자의 탐구 정신을 촉진하고, 창조적인 과정을 통해 개인 구성개념을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고정 역할 치료는 내담자에게 새로운 성격 스케치를 제시해 주고 이것을 시연하도록 한다. 내담자들의 이해를 기초로 치료자가 새 인물을 묘사하여 작성한다. 내담자가 할 일은 마치 그들이 그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각 내담자를 위해 작성된 성격 스케치는 새로운 성격을 발달시키는 것이다. 고정 역할 치료의 목표는 성격의 재구성에 있다. 즉 새 역할과 새 성격을 제공해 주는 것은 내담자가 새로운 가설을 검증할 수 있게 한다. 그것은 사건을 해석하는 새로운 방식을 검증할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Pervin & John,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