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의 분석심리학

융은 프로이트가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할 정도로 정신분석에 심취했었으나 프로이트와 결별하고 더 새롭고 정교한 성격 이론을 만들었다. 그의 이론을 분석심리학(analytical psychology)이라고 한다. 분석심리학은 정신의 두 측면인 의식과 무의식 간의 관계를 확립하고 이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프로이트로부터 무의식의 중요성에 대해 영향을 받은 융(Jung)은 무의식의 개념을 확장하여 자신의 체계적 이론을 형성하였다고 볼 수 있다.


분석심리학

융은 인류 역사를 통해 발달해 온 정신과 개인이 속한 문화적 영향을 바탕으로 형성된 타고난 정신적 소인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융은 “나의 인생은 무의식의 자기실현 역사이다. 무의식에 있는 모든 것은 표현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성격은 무의식의 조건에서 발현되기를 갈망한다”고 지적하였다.

먼저, 융의 분석심리학을 이해하기 위해 융과 프로이트의 주요한 견해 차이를 살펴보자.

첫째, 리비도의 역할에서 다르다. 프로이트는 리비도를 인간의 생물학적 성에 제한한 에너지로 보았지만, 융은 리비도를 성뿐만 아니라 다른 삶의 에너지를 포함한 정신에너지로 보았다. 즉 융은 프로이트의 리비도 개념을 확장하였다.

둘째,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힘의 방향에서 다르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성격이 주로 과거의 사건이나 과정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지만, 융은 인간은 과거의 사건들뿐만 아니라 미래에 무엇을 하기를 열망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다.

셋째, 무의식의 개념 정립이 다르다. 프로이트는 인간 정신의 자각 수준에 초점을 맞추어 무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융은 인류의 정신문화 발달에 초점을 두고 집단무의식이란 개념을 도입하여 무의식의 범위를 확장하였다.

융의 생애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은 스위스의 정신 분석자였으며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였다. 융은 1875년 스위스의 작은 마을인 케스빌에서 태어났다.

그는 내적 경험과 그가 몰두하게 된 생각을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주로 혼자서 지내는 상당히 내성적인 아이였다. 스위스의 행복하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고, 자신의 내부적 자원에 의지하는 법을 일찍부터 배웠다. 융은 아동기의 많은 시간을 꿈의 의미와 그가 경험했던 초자연적인 환상에 깊이 빠져서 보냈다. 그가 10살이 되었을 때 나무로 2인치 정도 되는 인간의 형상을 조각했다. 그는 그 형상을 숨겨놓고 혼자 있을 때 그 형상과 이야기하고 때때로 얘기한 내용을 비밀스러운 부호로 기록했다.

자신을 이해하려는 융의 열망은 그를 정신의학의 새로운 분야로 이끌었다. 그는 1900년에 바젤 대학에서 의학 학위를 받았다. 취리히 대학의 정신병 진료소에 임명되어 정신분열증 연구로 유명한 Bugen Bleuler 밑에서 일했다. 융은 역시 히스테리아와 다중성격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심리학자인 Pierre Janet과 함께 공부했다. 1905년에는 바젤 대학에서 정신병리학을 강연했다.

인간 마음에 대한 융의 호기심은 곧 프로이트의 연구와 연관되었다. 융은 1900년에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The interpretation of dream)을 읽은 후에 프로이트와 서신 왕래를 시작했다. 1907년에 프로이트를 만나 13시간 동안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눴다. 1909년에 프로이트를 따라 미국에 갔으며 클라크 대학에서 강연을 하였다. 1911년에 융은 프로이트의 후원을 받아 국제정신분 석학회장이 되었다. 그러나 정신분석, 무의식, 리비도에 대한 융의 해석과 이론은 프로이트의 입장과 달랐다. 융이 무의식의 심리학'(Psychology of Unconscious)을 발간한 후에, 그와 프로이트 사이에 불화가 생겨났고, 1914년 그들은 결별하였다. 그런 후에 융의 이론과 실제는 분석심리학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1913년에 융은 내적 혼란으로 고통을 받았으며 그것은 약 3년 동안 지속되었다. 프로이트처럼, 그는 자신의 정서적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꿈 해석을 통한 자기분석을 하였다. 이 기간은 융으로 하여금 성격 이론에 대한 독특한 접근으로 이끈 창조력과 성장의 시간이었다. 융은 역사를 통해 전해 내려온 인류의 상징과 신화를 평가했다.

융의 분석심리학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의 기본적인 차이는 리비도와 연관된다. 프로이트는 리비도를 성적 에너지라고 주장했고 반면에 융은 일반적인 생활에너지로 간주했다. 두 번째 차이는 성격에 있어서 어린 시절의 영향에 대한 프로이트의 결정론적 견해에 있다. 융은 성격은 생활 속에서 후천적으로 변할 수 있고 미래의 목표와 열망에 의해 형성된다고 믿었다.

집단적 무의식의 요소를 융은 원형(archetypes)이라고 불렀다. 원형에는 영 웅, 부모, 죽음, 탄생과 부활, 일관성, 아이들, 신, 악마 등을 포함한다. 어떤 원형은 성격과 분리된 체계로 확인되었다. 잘 알려진 대표적 원형으로 페르조나 혹은 외부로 드러난 적응 성격, 아니마(anima)와 아니무스(animus) 혹은 양성적 성격, 그림자(shadow) 혹은 인간 본성의 동물적인 부분, 무의식의 모든 부분으로 구성된 자기(self) 등이 있다.

자기는 만다라라는 원의 상징으로 표현되며 일관성과 평정을 위해 노력한다. 자기는 성격의 통합, 자기실현, 조화를 위한 노력을 한다.

융은 ‘심리적 유형’ (Psychological Types, 1921)이라는 책에서 보여준 내향성과 외향성이라는 성격 지향성에 대한 설명으로 잘 알려졌다. 그는 또한 네 가지 심리적 기능으로 사고와 감정, 감각과 직관을 제안하였다. 과학적인 심리학이 융의 이론에서는 무시되었을지라도 융의 연구는 이러한 성격 특징의 일반화에 기여하였다.

융은 생애 마지막을 개인치료, 여행, 독서, 공부를 위해 바쳤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그의 관찰은 자신의 계속적인 자기반성과 결합되었고, 막대한 양의 책과 강연을 낳은 결과를 초래했다. 융의 많은 저술은 반유태인적 기질을 암시하는 발언들을 포함하여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성격에 대한 그의 생각은 세계의 독자들을 계속해서 매혹시키고 있고 흥분시킨다.

분석심리학의 주요 개념

여기에서는 융이 제안한 주요한 개념인 정신의 구조, 정신에너지의 원리, 원형 등을 살펴 보고자 한다.

정신의 구조

융은 전체적 성격을 정신으로 보았다. 융은 인간이 전체적 성격을 갖고 태어났으며 일생을 통해 이러한 타고난 전체성을 분화하고 통합해 간다고 보았다. 전체적 성격인 정신의 수준을 크게 의식(conscious)과 무의식(unconscious)으로 구분하였다. 더 나아가 무의식을 개인무의식(personal unconscious)과 집단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으로 세분화한 후 집단무의식을 중심으로 그의 분석심리학을 확립하였다.

의식 우리가 직접 알고 있는 정신의 부분이 의식이다. 의식은 자아(ego)에 의해 지배된다. 자아는 비록 정신 전체 속에서는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 지만 의식에 이르는 문지기라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간은 자아를 통해 자신을 외부에 표현하고 외부 현실을 인식한다. 의식과 관련하여 중요한 내용인 태도와 기능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태도는 의식의 주인인 자아가 갖는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이다. 즉 자아가 외부 대상에 지향하는 방향이 수동적인가 능동적인가에 따라 성격 태도가 결정된다. 능동적인 태도를 외향성(extraversion)이라 한다. 외향성은 의식을 외적 세계 및 타인에게 향하게 하는 성격 태도이다. 내향성(introversion)은 의식을 자신의 내적 주관적 세계로 향하게 하는 성격 태도이다. 융은 우리 모두가 이러한 두 가지 성격 태도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둘 중 어느 태도가 지배적이냐에 따라 태도가 결정된다고 보았다.

둘째, 의식의 기능은 주관적 세계와 외부 세계를 지각하고 이해하는 서로 다른 방식을 의미한다. 융이 제안한 정신적 기능의 구성요소는 사고, 감정, 감각, 직관이다. 이러한 구성요소는 그가 제안한 정신 반대의 원리에 따라 합리적 차원(사고-감정)과 비합리적 차원(감각-직관)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기능 중 어느 것을 먼저 사용하는가에 따라 기본적인 성격이 달라진다고 하였다. 융은 심리적 태도와 기능을 조합하여 여덟 가지 심리적 유형인 외향적 사고형, 외향적 감정형, 외향적 감각형, 외향적 직관형, 내향적 사고형, 내향적 감정형, 내향적 감각형, 내향적 직관형이 결정된다고 보았다. 인간의 타고난 성격유형을 검사하는데 현재 많이 쓰이는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이러한 융의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개인 무의식: 개인 무의식은 의식에 인접해 있는 부분으로 쉽게 의식화될 수 있는 망각된 경험이나 감각경험으로 구성된다. 개인 무의식의 자료는 개인의 과거경험으로 비롯된 내용이다. 이런 점에서 개인 무의식은 프로이트의 전 의식과 유사한 개념이지만 무의식까지 포함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 무의식은 의식되었지만 그 내용이 중요하지 않거나 고통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망각되었거나 억제된 자료의 저장소이다. 즉 너무 약하기 때문에 의식에 도달할 수 없거나 또는 의식에 머물 수 없는 경험은 모두 개인 무의식에 저장된다.

집단무의식: 융이 제안한 독창적 개념으로 분석심리학의 이론 체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다. 집단무의식은 개인적 경험이 아니라 사람들이 역사와 문화를 통해 공유해 온 모든 정신적 자료의 저장소이다. 융은 인간의 정신적 소인이 유전된 것으로 생각하였다. 따라서 집단무의식은 인류역사를 통해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정신적 소인인 수없이 많은 원형(archetypes)으로 구성되어 있다. 집단무의식은 직접적으로 의식화되지는 않지만 인류역사의 산물인 신화, 민속, 예술 등이 지니고 있는 영원한 주제의 현시를 통해 간접적으로 관찰될 수 있다.

정신에너지의 원리

융은 전체적 성격을 정신이라고 불렀으며, 정신에너지인 리비도(libido)를 통해 지각하고, 생각하고, 느끼고 소망하는 심리적 활동이 수행된다고 보았다.

융에게 리비도는 전반적인 인생과정 에너지(life process energy)로 프로이트의 성적 충동은 그러한 에너지의 한 측면이었다. 여기서는 융이 제안했던 정신에너지가 기능하는 세 가지 원리인 대립(opposition), 등가(equivalence), 균형(entropy)에 대해서 살펴보자.

대립 원리: 융은 정신을 대립 원리(opposition principle)에 의해 작동하는 실체로서 생각하였다. 대립 원리는 신체에너지(physical energy) 내에 반대되는 힘이 대립 혹은 양극성으로 존재하여 갈등을 야기하며 이러한 갈등이 정신에너지(psychic energy)를 생성하는 데 필요하다는 것이 융의 생각이다.

즉, 융의 체계에서 정신에너지는 성격 내에 있는 힘들간의 갈등의 결과로 여겨졌다. 갈등이 없으면 에너지가 없으며 인생도 없다고 본다. 즉 개인의 사랑과 증오는 정신 내에 존재하면서 행동으로 표현을 추구하는 긴장과 새로운 에너지를 창조한다. 이러한 대립 혹은 양극성의 갈등이 모든 행동의 일차적 동인이며 모든 에너지를 창조한다. 따라서 양극성들 간에 갈등이 커질수록 에너지는 더 많이 생성된다.

등가 원리: 융은 물리학의 열역학 법칙인 에너지 보존 원리를 정신적 기능에 적용하여 등가 원리(equivalence principle)를 가정하였다. 등가 원리는 어떤 조건을 생성하는데 사용된 에너지는 상실되지 않고 성격의 다른 부분으로 전환되어 성격 내에서 에너지의 계속되는 재분배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특별한 영역에서 정신가치가 약해지거나 사라지면, 그러한 에너지는 정신 내에 다른 영역으로 전환된다. 예를 들면, 우리가 어떤 취미활동 (당구)에 관심을 상실하면, 그러한 활동에 쏟았던 정신에너지가 새로운 취미 활동(골프)으로 전환된다. 또한 우리가 깨어 있는 동안에 의식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정신에너지는 잠자는 동안에는 꿈으로 전환된다. 여기서 등가 (equivalence)란 말은 에너지가 변환된 새로운 영역이 동등한 정신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에너지가 어떤 방향이나 방식으로 이동하던 간에, 등가 원리는 그러한 에너지가 계속적으로 성격 내에서 재분배된다는 것을 제 안한다.

균형 원리: 물리학에서 균형 원리(entropy principle)는 에너지 차이의 평형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뜨거운 대상과 차가운 대상이 접촉하면 열은 같은 온도로 평형 상태가 될 때까지 뜨거운 대상에서 차가운 대상으로 이동한다.

융은 이러한 열역학 원리를 정신에너지에 적용하여 성격 내에 균형 혹은 평형에 대한 경향성이 있다는 균형 원리를 제안하였다. 만약 두 가지 욕망이 정신 가치에서 크게 다르다면, 에너지는 보다 강한 욕망에서 약한 욕망으로 흐를 것이다. 이상적으로, 성격은 모든 측면에서 정신에너지의 동등한 분배를 가지지만, 이러한 이상적 상태는 결코 성취되지 않는다. 만약 완전한 균형 혹은 평형이 달성되면, 성격은 전혀 정신에너지를 갖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지적한 것처럼, 대립 원리가 정신에너지를 생성하기 위해서 갈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앵커링 효과: 판단을 왜곡하는 트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