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심리학
성격은 인간성에 대한 이해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정신과 행동이 주요한 연구 주제인 심리학에 대한 포괄적 이해가 필요하다. 따라서 여기서는 성격심리학의 이해를 위해 간략하게 현대 심리학의 발달을 살펴보고자 한다.
현대 심리학사를 통한 성격의 이해
과학으로서의 현대 심리학은 인간의 정신에 초점을 둔 철학과 신체적 행동에 초점을 둔 생물학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독일의 심리학자인 분트(Wilhelm Wundt, 1832-1920)가 라이프찌히(Leipzig) 대학에 1879년에 심리학 실험실을 두어 인간의 의식에 대한 연구를 내관법(introspection)으로 실행한 것을 현대 심리학의 시작으로 본다. 따라서 분트를 현대 심리학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분트의 입장을 따라 미국 심리학자인 티츠너(Edward Bradford Titchener, 1867-1927)를 중심으로 정신 내용 및 과정을 연구한 입장을 구성주의(structuralism) 심리학이라고 부른다. 구성주의 심리학은 주로 정신의 구성 내용과 구성요소를 밝히는데 초점을 두고 인간의 의식을 연구하였다.
이러한 구성주의 입장에 반해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제임스 (William James, 1842-1910)의 입장을 반영한 심리학을 기능주의(functionalism) 심리학이라 한다. 기능주의 심리학은 정신의 구성을 밝히는 것보다 정신이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기능하는가에 초점을 두었다. 따라서 기능주의 심리학은 유기체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정신의 목적과 기능에 대한 강조를 바탕으로 정신과정을 연구하였다.
과학으로서 심리학이 인간의 정신 혹은 의식에 치중한 입장에 반대하여, 왓슨(ohn B. Watson, 1878-1958)은 심리학의 연 구대상은 관찰할 수 있는 행동이어야 한다고 주창하여 행동주의(behaviorism) 심리학을 만들었다. 인간 행동을 주요한 연구 대상으로 한 왓슨, 파브로브(IVan P. Pavlov, 1894-1936), 스키너(B. F. Skinner, 1904-1990) 등이 취한 행동주의 심리학은 객관적인 과학으로서 심리학의 입장에 따라 주로 동물 실험을 바탕으로 학습심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인간의 정신이나 행동을 세분화하여 연구하는 것보다 인간을 전체주의 (holism), 현상학(phenomenology), 생득설(nativism) 관점에서 연구하려는 입장을 게슈탈트 심리학(Gestalt psychology)이라 한다. 독일의 심리학자인 베르타이머(Max Wertheimer, 1880-1943), 쾰러(Wolfgang Kohler, 1887-1907), 코프카(Kurt Koffka, 1886-1941)에 의해 시작된 게슈탈트 심리학은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다”는 명제를 바탕으로 지각심리학에 기여하였다.
정신의 의식 차원을 확장하여 무의식 차원에 연구를 시작한 프로이트 (Sigmund Freud, 1856-1936)의 심리학을 정신분석(psychoanalysis)이라 한다. 프로이트는 주로 신경증 환자들을 연구 대상으로 정신분석을 발달시켰으며 인간 이해를 위해 무의식이 의식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성격구조를 원초아(d), 자아(EgO), 초자아(Superego)로 구분하였으며, 인간은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원초아의 쾌락 추구를 바탕으로 이러한 세 자아간의 갈등에서 야기된 불안으로 고통받는 존재로 보았다.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강조하면서 실존주의 철학과 현상학을 바탕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매슬로우(Abraham Maslow, 1908-1970), 로저스(Carl Rogers, 1902-1986) 등이 강조한 입장을 인본주의(humanism) 심리학이라 한다. 인본주의 심리학은 인간을 결정론적, 기계론적 입장으로 보는 것에 반대 하여 인간의 변화 가능성과 자유의지(ree wil)를 강조하였다.
심리학의 학문적 주류를 이루었던 미국 심리학은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연구 초점을 관찰할 수 있는 인간 행동, 즉 자극-반응에 두었던 행동주의 심리학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행동주의 심리학의 입장에 반대하여 1960년 대에 정체성을 나타낸 입장이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이다. 심리학에서 정신 과정인 인지의 중요성은 여러 심리학자(예, 톨만의 인지도, 밀러의 기억연구,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 등)에 의해 이전부터 강조되어 왔었다.
하지만 인지심리학은 행동주의 세력에 밀려 겉으로 입장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못하다가 1966년 나이저(UIric Neisser)가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이란 책을 출판함으로써 그 정체성이 분명해졌다. 인지심리학은 쿤(Thomas Khun)이 1962년 발간한 ‘과학혁명의 구조’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란 책의 영향력으로 심리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paradigm)이 인지에 맞춰졌다는 점에서 인지 혁명으로 불리게 되면서 주요한 심리학의 세력이 되었다. 즉 시대적 조류인 컴퓨터공학, 정보처리 이론, 인공지능 등과 관련된 분야로서 인지심리학은 현대 심리학의 새로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지금까지 현대 심리학사의 개관을 통해 인간 탐구를 위한 다른 심리학의 입장에 따라 인간의 정신과 행동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가를 살펴 보았다. 이러한 다양한 심리학의 입장 속에서 오늘날 성격심리학의 학문적 범주에 속하는 인간 이해에 대한 탐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심리학의 하부분야로서 성격심리학의 체계적인 등장은 1930년대 후반에 머레이(Henry A. Murray)와 올포트(Gordon Allport)의 업적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이상에서 개관한 현대 심리학의 주요 학파와 강조점을 요약하여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현대 심리학의 주요 학파 정리
구성주의: 화학자가 복합물질을 분석하는 것처럼(예를 들어, 물=산소+수소) 의식 경험에 초점을 두면서, 그 경험의 세부 구성 요소를 밝혀내는 것이 심리학의 목표이다.
기능주의: 인간의 정신(mind)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일상 생활 속에서 정신이 어떤 기능을 하는가를 심리학이 연구해야 한다.
행동주의: “정신이나 의식 경험” 등은 관찰할 수 없고, 유일하게 관찰가능한 것은 외현 행동뿐이므로, 심리 학이 과학의 한 분야가 되기 위해서는 관찰 할 수 있고, 측정가능한 행동만이 연구 대상이 되어야 한다.
정신분석: 행동의 여러 측면들은 인간의 성격 안에 내재된 무의식적이며 감춰진 힘(forces)에 기인한다.
신정신분석: 인간의 주요 동기는 무의식이 아니라 의식적인 측면이다. 또한 성적인 힘보다는 사회적이며 문화 적인 힘이 더욱 중요하다.
게슈탈트 심리학: 인간을 정신과 행동 등으로 세분화하여 따로 이해하는 것보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인본주의: 인간은 환경이나 과거에 의해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유의지를 가지며 자아실현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이다.
인지심리학: 정신활동은 정보의 습득, 표상, 저장, 인출, 사용 과정 등을 포함한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지 과정(사고, 기억, 의사 결정 등)을 연구해야 한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성격 이론이 갖는 주요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