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론의 인간성에 대한 관점


인간성에 대한 관점

성격이론은 기본적으로 성격심리학자가 견지하는 인간성에 대한 가정, 즉 인간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철학적 견해를 바탕으로 형성된 틀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성에 대한 가정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정은 자신의 행동방식과 대인관계 방식에 영향을 준다.

이런 점에서 다양한 성격이론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데 있어 인간성에 대한 기본 가정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성격심리학자들은 성격이론을 조망하고 평가하기 위해 나름대로 인간성에 대한 여러 가지 준거를 제시한다. 여기에서는 현재 성격 교재로 많이 사용되는 Hielle와 Ziegler(1992)와 Schulz와 Schultz(1998), 그리고 Maddi(1996)가 제안한 인간성에 대한 준거 및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Hielle와 Ziegler(1992)의 입장: 인간성에 대한 대립적인 연속선상에서 성격심리학자들을 분류하였는데 그들이 제시한 아홉 가지 준거는 ① 자유론 대 결정론, 합리성 대 비합리성, ③ 전체주의 대 요소주의, ④ 체질론 대 환경론, ⑤ 가변성 대 불변성, ⑥ 주관성 대 객관성, ⑦ 발생성 대 반응성, ⑧ 평형성 대 불평 형성, ⑨ 가지성 대 불가지성 등이었다.

a Schultz와 Schultz(1998)의 입장: 여섯 가지 인간성에 대한 준거, 즉 ① 자유의지 대 결정론, ② 유전 대 환경,③ 과거 대 현재,④ 독특성 대 보편성, ⑤ 평형 대 성장, ⑥ 낙관론 대 비관론에 따라 성격 이론가들의 관점을 비교하였다.

이러한 인간성에 대한 준거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Maddi(1996)는 성격 이론가의 인간관과 이론적 입장에 따른 성격이론 분류 모델을 포괄적으로 제안하였다. 그가 가정한 세 가지 모델, 즉 갈등 모델(conflict model), 충족 모델 (fulfillment model), 일관성 모델(consistency model)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갈등 모델: 이 모델은 인간을 필연적으로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큰 힘 간에 마찰하는 존재로 보고 있다. 이 모델의 상반되는 두 가지 입장은 심리·사회적 입장(psychosocial version)과 정신내적 입장(intrapsychic version)이다.

심리·사회적 입장은 개인 내부의 힘과 외부의 힘인 사회적 힘 간의 갈등을 가정하는 입장으로 여기에 속하는 성격심리학자들은 프로이트, 머레이, 에릭슨을 포함한 자아 심리학자들, 대상관계 이론가들이다. 정신 내적 입장은 개인 내부에 있는 상반되는 두 가지 다른 측면 간의 갈등을 가정하는 입장으로 여기에 속하는 성격 심리학자들은 융(ung), 랭크(Rank), 펄스(Perls) 등이다.

충족 모델이 모델에 따르면 인간은 내부에 한 가지 큰 힘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힘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존재이다. 이 모델의 상반되는 두 가지 입장은 실현화 입장(actualization version)과 완성 입장(perfection version)이다. 실현화 입장은 개인 내부의 큰 힘인 잠재력을 삶의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실현시키려 한다는 가정으로 여기에 속하는 성격심리학자들은 로저스, 매슬로 우, 맥크래와 코스타(McGrae &Costa) 등이다. 완성 입장은 개인 내부의 큰 힘이 완성의 이상을 추구하도록 한다는 입장으로 여기에 속하는 성격심리학자들은 아들러, 올포트, 프롬, 실존주의 상담자들, 엘리스 등이다.

일관성 모델: 이 모델은 인간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외부 세계로부터 그가 받은 피드백의 형식적 영향을 강조한다. 이러한 피드백은 그의 기대와 일관적이거나 비일관적일 수 있다. 이 모델의 상반되는 두 가지 입장은 인지 부조화 입장(cognitive dissonance version)과 활성화 입장(activation version)이다. 인지부조화 입장은 일관성과 비일관성이 필연적으로 사고 과정에 수반된다는 입장으로 여기에 속하는 성격심리학자들은 켈리, 엡스타인 (Epstein), 맥클랜드(Mcclelland) 등이다. 활성화 입장은 습관적인 신체적 긴장의 정도와 실제적으로 존재하는 긴장의 정도 간의 일관성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여기에 속하는 성격심리학자들은 피스크와 매디(Fiske& Maddi)이다.

이 글에서는 성격이론가들이 갖는 인간성에 대한 주요한 준거의 주제로서 결정론 대 자유의지, 유전 대 환경, 독특성 대 보편성, 발생성 대 반응성, 낙관론 대 비관론 등 다섯 가지에 초점을 두었다. 성격이론가들은 자신의 인간성에 대한 관점에 따라 이러한 준거의 상반되는 입장의 연속선상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준거의 상반되는 관점이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자.

결정론 대 자유의지 인간성에 대한 결정론 대 자유의지에 대한 논란은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다. 이 주제와 관련한 질문은 “개인은 자기 운명의 통제자인가? 아니면 개인은 과거경험, 생물학적 요인의 희생자인가?” 인간은 의식적으로 자기 행동을 결정하는가? 혹은 개인은 외부의 힘에 의해 지배되는가?” 등이다. 예를 들어, 프로이트는 과거를 중시하면서 아동기 때 형성된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는 결정론적인 입장을 취했으며, 반면에 인본주의 심리학자들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자유의지를 강조하였다.

유전 대 환경

인간성을 결정하는데 유전과 환경 논쟁도 오랜 역사를 가진다. “인간 성격은 타고난 유전에 의해 결정되는가? 아니면 환경에 의해 성격이 형성되는 것인가? 이러한 논쟁에 대해 현재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이 대체로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 입장을 취한다. 하지만 성격이론가들에 따라 유전과 환경 중 어느 것이 성격을 결정하는데 보다 중요한가에 대한 입장은 다르다. 예를 들면 아이젠크(Eysenk)와 같이 생물학적 입장을 취하는 성격이론가들은 유전을 보다 중요하게 여긴다고 볼 수 있다.

독특성 대 보편성 인간성에 대한 독특성과 보편성은 성격에 대한 정의, 성격이론을 구별하는 주요한 준거로서 작용하여 왔다. 개개인의 성격은 독특한가? 사람들 간에 공통적인 보편성이 있는가? 인간의 독특성을 강조하는 입장은 개인을 유일무이한 존재로 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다고 본다. 보편성을 강조하는 입장은 기본적으로 인간은 근본적으로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서로 간에 공통적인 보편성을 가진다고 본다. 이와 관련하여 성격을 해석할 때 인간의 보편성 혹은 일반성을 바탕으로 하는 것을 바넘 효과라 한다.

발생성 대 반응성 인간성에 대한 발생성과 반응성 준거의 주요한 초점은 인간의 주도성과 관련된다. 이 준거는 인간 행동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인간은 자신의 주도하에 부딪히는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가? 혹은 인간은 주어진 환경이 제공하는 자극에 반응하며 살아가는가?란 질문과 관련된다. 발생성을 강조하는 입장은 개인이 자의적으로 행동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는 반면, 반응성을 강조하는 입장은 인간은 외부 세계로부터 자극에 반응한다고 본다.

낙관론 대 비관론 인간성에 대한 성선설과 성악설이 오랜 철학적 주제인 것처럼 낙관론과 비관론도 성격이론을 평가하는 주요한 준거이다. 이러한 준거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인간은 악한가 혹은 선한가?, 친절한가 혹은 잔인한가? 와 같은 질문과 관련된다. 낙관론을 강조하는 입장은 인간을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보지만, 비관론의 입장을 취하는 입장은 부정적이며 이기적으로 본다.

성격이론의 평가 준거

이론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 행동을 설명하고 예언하도록 하는 틀이라는 것을 지적하였다. 따라서 어떤 성격 이론이 인간 성격에 대해 얼마나 좋은지의 여부는 그 이론이 인간 성격에 대해 얼마나 잘 설명해 주고 예언해 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여기서는 성격이론이 과학적인 이론으로서 갖추어야 하는 평가 준거로 Ryckman(2000)과 Pervin 및 John(2001)이 제안한 포괄성(comprehensiveness), 검증성(testability), 경제성(parsimony), 경험적 타당성(empirical validity), 탐구성(heuristic value), 적용성(applied value)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포괄성: 훌륭한 성격이론은 인간성격에 대한 단편적 지식을 제공하기보다 광범위한 자료를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인간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성격이론이 다양한 심리적 현상, 행동, 행동 간의 관계 등을 포괄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좋은 이론이라 할 수 있다.

검증성: 좋은 이론은 명확하게 기술되고 측정될 수 있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 정확한 검증성을 기하기 위해 많은 연구에서 심리적 현상에 대한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를 내린다.

경제성: 적절한 이론은 가능한 한 단순하고 경제적이어야 한다. 즉 이론은 어떤 영역의 다양한 자료 및 현상을 경제적이고 일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나 가정을 가져야 한다.

경험적: 타당성 적절한 이론은 지지해 주는 자료를 통해 경험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론에 대한 경험적 타당성은 가설검증을 통해 결정된다.

탐구성: 탐구성의 준거는 이론이 절대적이 아니라 도전받을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연구를 촉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높은 탐구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의 이론은 많은 도전을 받았으며 수없이 많은 다른 이론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적용성: 적절한 성격이론은 인간의 삶에 실제로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즉 좋은 성격이론은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현실 생활에 적용 가치를 갖는 게 필요하다.

이러한 여섯 가지 평가 준거를 고려하면서 앞으로 다루어질 다양한 성격이론에 대한 평가를 나름대로 내려보기를 권한다. 당신은 이러한 평가를 통해 성격이론의 과학적 이해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탐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