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론의 문제점

비교적 짧은 성격이론의 역사를 통해 수많은 논쟁점들이 반복해서 제시되었다. 성격이론가들이 이러한 논쟁점들을 다루는 방식에 따라 각 이론이 자기 영역의 독특한 입장을 형성시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성격이론들을 개관할 때 각 성격이론가들이 여러 논쟁점들에 얼마나 많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러한 논쟁점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지를 반드시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성격이론이 갖는 주요 문제

여러 성격이론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문제들을 다음 네 가지로 크게 구분해 보았다.

  1. 성격에 대한 관점이 무엇인가? (성격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형성된다고 보는가?)
  2. 인간에 대한 관점은 무엇인가? (인간에 대한 기본 가정은 무엇인가?)
  3. 인간이 우선인가 상황이 우선인가? (인간의 성격 특성은 상황마다 일관적 인가 아니면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가?)
  4. 성격이론의 평가는 어떤 기준에 근거하는가? (어떤 성격이론이 좋은 이론인가?)

성격에 대한 관점

심리학자들은 동물 및 인간을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인간행동을 설명하 고 예언하기 위해 이론을 만든다. 이론은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조직화하여 만들어진 일련의 원리들로 구성된다. 즉 이론은 체계적이고 의미로운 방법으로 발견된 경험적 자료를 구성하는 틀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격심리학자들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행동을 설명하고 예언하기 위한 틀인 다양한 성격이론을 제안하였다. 인간 이해를 위한 이러한 다양한 성격이론을 좀더 포괄적으로 묶어서 몇 가지 성격에 대한 관점으로 분류할 수 있다.

최근에 Zimbardo와 Weber(1997)는 심리학에서 인간이해를 위한 주요한 관점을 생물학적 관점, 정신역동적 관점, 행동주의적 관점, 인지적 관점, 인본주의적 관 점, 진화적 관점, 사회문화적 관점 등 일곱 가지 관점에서 설명하였다. 이러한 인간이해의 접근 분류는 최근의 심리학적 추세인 생물학적 존재로서 인간 및 문화적 존재로서 인간을 반영한다

이 글에서는 심리학의 하부분야로서 성격심리학의 이론들을 다섯 가지 관점, 즉 정신역동적 관점, 성향적 관점, 행동 및 사회학습 관점, 인본주의적 관 점, 인지적 관점으로 분류하였다. 즉 성격에 대한 관점을 설정하는데 있어 심리학의 큰 흐름 혹은 세력으로 여겨지는 네 가지 세력인 정신역동주의 (psychodynamism), 행동주의(behaviorism), 인본주의(humanism),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 그리고 성격심리학 분야에서 고유하게 발달해온 기질(temperament) 및 특질이론(trait theory), 생물학적 입장을 포괄하는 성향적 관점을 포함하여 다섯 가지 관점으로 나누었다.

이러한 성격에 대한 관점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정신역동적 관점: 이 관점으로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적 접근 및 신정신 분석적 접근에 속하는 이론가들을 포괄하여 다루었다. 이 관점은 정신의 에너지, 인간행동이 결정되는 상황적 맥락, 정신과 환경의 상호작용 등에 따라 성격이 역동적으로 작용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성향적 관점: 이 관점에는 올포트, 캐텔 등의 특질이론과 아이젠크의 생물학적 입장과 5요인 모델을 포함하여 다루었다. 이 관점은 인간의 성격을 나타내는 비교적 안정적인 특질이 있으며 이러한 특질은 문화에 따라 공통적인 특질 및 사람들을 구별해주는 독특한 특질이 있다는 것을 가정한다.

행동 및 사회학습 관점: 이 관점에는 스키너의 신행동주의, 반두라 및 로터의 사회학습이론을 포함하였다. 이 관점은 정신내부보다는 주로 관찰할 수 있는 행동 및 행동변화에 초점을 둔 행동주의의 가정에 근거한다. 하지만 현대 심리학의 추세에 따라 반두라와 로터는 학습에서 인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인본주의적 관점: 이 관점에는 매슬로우의 자아실현이론, 로저스의 인간중 심접근, 실존주의적 이론을 포함하였다. 이 관점은 철학적 입장으로 현상학과 실존주의를 바탕으로 인간의 가치와 자유의지를 강조하는 입장이다.

인지적 관점 : 이 관점에는 켈리(Kelly)의 개인 구성개념 이론과 엘리스와 벡(A. Beck)의 성격에 대한 인지적 접근을 포함하였다. 이 관점은 무엇보다 인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개개인이 갖는 인지에 따라 정서 및 행동이 영향을 받는다는 입장이다.

인간 대 상황 논쟁

성격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인간 자체에 초점을 두었다. 예를 들면, 히포크라테스를 기원으로 갈렌, 그리고 크래츠머와 셀돈 등은 인간의 성격을 체액 및 체형과 관련지으려고 시도하였다. 이러한 인간에 초점을 둔 입장은 현대 심리학에서도 인간의 내적 에너지를 강조한 프로이트의 본능이 론, 올포트, 캐텔 등의 특질이론과 같이 성격이론의 주류를 이루어왔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 중심의 성격이론에 대해 반기를 들고 상황의 중요성을 제기한 사람이 미첼(Walter Mischel)이다. 일반적으로 상황에 대한 강조는 현대 심리학에서 행동주의 관점에 속하는 심리학자들(왓슨, 파브로브, 스키너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자극이라고 하는 상황이 반응 즉, 행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미첼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출생하여 가족을 따라 1930년대에 미국에 이주하여 뉴욕시에 정착하였다. 미첼은 뉴욕 시립대학을 졸업한 후 사회사업 가로서 일을 하다가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1956년 임상심리학 박사를 취득 하였다. 미첼은 콜로라도대학에서 그의 교수직을 시작하였으며 하버드대학에서 4년, 그리고 스탠포드대학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후에 콜롬비아대학 교수로서 뉴욕시에 돌아왔다

미첼은 성격의 특질이론에 대한 비판 및 공격(Mischel, 1968)과 그러한 공격에서 비롯된 행동의 일관성 및 행동을 결정하는데 있어 상황의 중요성에 관한 논란으로 잘 알려지게 됐다. 그가 상황변인보다 사람변인을 강조했던 성격 이론에 비판적이었지만, 최근에 그는 행동을 결정하는데 두 가지 변인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사람과 상황의 상호작용 관점을 나타냈다.

그는 사람변인과 상황변인의 역할을 인정하지만 사람에 대한 일반화된 예언을 강조하기보다 차라리 ‘상황 속에 있는 사람’ (person in the situation)을 이해하고 예언하는데 자신의 입장을 제한하였다.

미첼의 사람변인

미첼의 사람변인은 친절성, 성실성, 공격성, 협동성과 같은 형용사적 특질이 아니라 구성능력(construction competencies), 부호화 전략(encoding Strategies), 기대(expectancies), 목표와 주관적 가치(goals and subjective values), 자기조절 체계 및 계획(Self-regulatory systems and plans)과 같은 인지 혹은 정보처리 개념이다. 특별한 상황에서 사람의 행동을 통제하는 기본적인 심리적 과정에 관련되는 이러한 다섯 가지 사람변인의 기술에서 미첼이 켈리(Kelly), 로터(Rotter), 반두라(Bandura)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 다. 미첼이 제안했던 주요한 사람변인에 대해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구성능력

첫 번째 사람변인인 ‘구성능력’은 개인의 인지적, 행동적 능력과 관련된다. 즉 적절한 조건하에서 다양한 행동을 생성할 지적, 사회적, 신체적 능력을 말한다.

부호화 전략

두 번째 사람변인인 ‘부호화 전략’은 사람들이 사건 혹은 실체를 지각하고 조직화하고 이해하는 방법 및 상황을 범주화하는 방법과 관련된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에게 두려움을 주는 상황이 다른 사람에게 흥분 되는 혹은 권태로운 상황이 될 수 있다.

기대

세 번째 사람변인인 ‘기대’는 로터이론의 핵심개념이다. 이 개념은 특별한 조건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한 개인의 구체적 기대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만약 다른 직업보다 내가 이 직업을 택하면 어떻게 될까? 기대에는 반두라의 주요개념인 자기효능감(self-efficacy) 기대가 포함되어 있다.

목표와 주관적 가치

네 번째 사람변인인 목표와 주관적 가치’는 기대는 서로 유사하지만 서로 다른 목표 혹은 주관적 가치를 가진 사람들은 동일한 결과가 각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의미를 주기 때문에 서로 다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자기조절 체계 및 계획

마지막 사람변인인 ‘자기조절 체계 및 계획’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기 위해 채택하는 서로 다른 규칙과 규준을 의미 한다.

정리

성격은 관찰할 수 있는 사람들의 행동을 바탕으로 판단되며, 개인이 처한 상황에서 적응하기 위해 성격을 발달시키고 형성한다. 성격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공통적인 측면을 내포하고 있으며, 반면에 사람들을 구별할 수 있는 독특성 및 개인차를 반영한다. 성격은 비교적 일관되 며 안정적인 행동패턴을 의미한다.

성격 연구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의 체액론을 기원으로 하여 크래츠머, 셀돈 등이 신체의 특징이나 유형에 따라 인간의 성격을 이해하고 구분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의사과학이란 체계적이며 과학적인 연구에 기초를 두지 않고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고자 했던 분야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점성학, 수비학, 수상 술, 골상학, 관상학 등이 이에 속한다. 과학으로서의 현대 심리학은 심리학 실험실을 설립한 1879년을 시작으로 인간의 정신과 의식의 구성 요소를 연구해야 한다는 구성주의와 구성 요소들의 기능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기능주의 학파가 성립되었다.

반면 정신과 의식이라는 측면을 부인하고 인간의 행동만을 연구해야 한다는 행동주의가 등장했으며, 인간에 대한 기계론적인 이해를 거부하고,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 등을 강조한 인본주의가 형성되었다.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과학의 발달, 특히 컴퓨터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정보처리 과정, 즉 인지 과정을 이해하고 연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져서 인지심리학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정신분석은 인간이 무의식적이며 성적인 동기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 프로이트에 의해 성립되었다. 하지만 보다 의식적인 측면과 성적 인 동기 이외의 다른 측면, 이를 테면 문화적이며 사회적인 동기들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 학자들이 신정신분석학파를 형성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학자로는 아들러, , 호나이, 프롬, 에릭슨 등이 있다. 인간 이해를 위한 성격에 대한 관점은 정신역동적 관점, 성향적 관점, 행동 및 사회학습 관점, 인본주의적 관점 그리고 인지적 관점으로 분류될 수 있다.

원래 성격심리학은 인간을 연구하는 데 초점을 두고 발달되어 왔으나, 미첼이 상황을 강조하면서 인간 대 상황 논쟁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 인간과 상황의 상호작용 입장이 지배적이다.

성격이론가들은 결정론 대 자유의지, 유전 대 환경, 독특성 대 보편성, 발생성 대 반응성, 낙관론 대 비관론 등의 준거를 바탕으로 연속선상에서 인간성에 대한 관점을 취한다. 과학적인 성격이론이 갖추어야 할 평가 준거는 포괄성, 검증성, 경제성, 경험적 타당성, 탐구성, 적용성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