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은 개인이 대인관계에서 다른 사람들을 다루는 특징적 방식으로 구성 된다고 설리반(Sullivan)은 기술하였다. 그는 또한 정신의학을 대인관계 이론으로 정의하였다. 즉 정신의학을 정신과의사가 관찰자로서치료적 관계에 참여하여 진행되는 사건 혹은 과정에 관여하는 학문으로 보았다. 이러한 자신의 대인관계 이론은 세 가지 입장, 즉 개인 연구에 초점을 둔 메이어(Adolf Meyer)의 정신생물학, 사회 속에서 자아의 발달에 초점을 둔 미드(George Herbert Mead)의 사회심리학, 그리고 인간의 사회적 유산 연구에 관심을 둔 말리노우스키의 문화인류학 영향을 바탕으로 형성되었음을 지적하였다(Sullivan, 1953, Pp. 15-20). 여기에서 우리는 호나이(Horney), 프롬(Fromm)처럼 설리반의 대인관계이론이 성격 발달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및 문화적 요인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목차
대인관계 이론
설리반은 성격에 대한 논의에 있어 경험(experience)이란 용어를 사용해야 함을 강조하며 경험을 욕구와 불안의 긴장 경험과 에너지 변형 경험으로 구분 하였다. 개인은 욕구와 불안의 긴장을 경험하며 은밀하거나 공개적인 에너지 변형을 경험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경험이 세 가지 양식, 즉 원형적(prototaxic), 병렬적(parataxic), 통합적(syntaxic)으로 일어난다고 가정하였다.
설리반은 경험에 대한 강조를 바탕으로 성격의 대인관계이론의 일차적 중요성을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를 거쳐 발달해 가는 방식에 두었다. 그리고 프로이트와 아들러처럼 인생초기의 대인관계 패턴이 성격형성에 매우 중요하며 개인의 행동에 계속해서 막대한 영향을 발휘한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설리반의 생애
설리반(Harry Stack Sullivan, 1892~ 1949)은 정신의학의 대인관계 이론으로 유명하다. 그는 정신의학을 “대인관계의 연구”라고 정의했다. 그는 정신의학은 사회심리학의 영역에 속하며, 건전한 성격은 건강한 대인관계로부터 파생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성격은 대인관계에 의해 정의된다.
설리반은 1892년 2월에 뉴욕주 노르위츠(Norwich)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와 결코 가까운 관계를 맺지 못했던 아버지는 정서적으로 고립되고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어느 다른 이론가보다도 설리반의 성격발달에 대한 기술은 특히 자서전적인 것 같다. 설리반의 대인관계 중요성에 대한 강조는 자신의 어려움과 외상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설리반이 어머니의 불안이 아이에게 전달된다고 제안했을 때, 그는 아마도 자신이 가졌던 어머니와의 문제 있는 관계를 반영하였던 것 같다. 아무래도 설리반의 어 머니는 우울증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외아들로서 설리반의 아동기는 외롭고 고립된 것이었다
설리반의 청소년기 대인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는 아마도 그의 거친 10대를 반영한다. 설리반이 8살 때, 그는 13살의 베링거(Clarence Bellinger)와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설리반의 전기작가들은 일반적으로 그들의 관계가 동성애 관계였다고 생각한다(Chapman, 1976; Perry, 1984). 그리고 베링거 또한 정신과의사가 되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는 설리반의 청소년기에 끝이 났다.
설리반의 대학 배경은 위대한 학자들의 배경과는 달랐다. 그는 16세에 코넬대학에 입학했으나 모든 과목에서 낙제한 후 일년 후에 그만두었다. 1911년에, 입학자격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에 의구심이 제기되지만 어쨌던 대학의 학위 없이 시카고대학 의과대학에 입학하였다.
1차 대전 중에 군에 복역한 후, 1922년까지 정부를 위해 일을 하였다. 설리반은 1922년에 워싱턴 D.C.에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연방병원인 성 엘리자베스 병원에 근무하면서 유명한 정신의학자 화이트(William Alanson White)의 영향을 받았다. 설리반의 정신의학 영역에서 정신적 아버지라 할수 있는 화이트는 설리반의 정신의학에 대한 관심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대한 비판을 자극하였다. 설리반은 말리노우스키(Bronislaw Malinowski), 쿨리 (Charles Cooley), 미드(G. H. Mead), 사피어(Bdward Sapir) 등을 통해 사회 심리학과 인류학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는 또한 사회심리학자 멕도걸 (Willam MeDougal)과 영국의 심리학자 리버스(W. H. R. Rivers)의 영향을 받았다. 1927년에 설리반은 비공식적으로 자신의 정신분열증 환자들 가운데 한명인 15살 제임스(ames)를 양자로 들였다. 제임스는 그의 여생을 설리반과 함께 지냈고, 설리반은 한번도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지냈다.
정신의학의 사회적 특성은 설리반의 생각에 영향을 주었다. 설리반에 따르면 개인은 대인관계에서 자신의 성격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심리치료시에도 환자-치료자간의 대인관계가 성공적인 치료에 결정적이라고 믿었다. 참여적 관찰자로써, 치료자는 환자가 하는 문제탐색에 참여한다. 설리반은 모든 정서적 문제에 근본이 되는 불안이 개인을 잘 기능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므로 안전감이나 정서적 편안함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설리반은 1939년 여러 달 동안 조지타운 대학 의대의 정신과 교수 및 주임 으로 있었다. 이것을 제외하고는 어느 대학, 어떤 직책에도 머물러 있었던 적이 없었다.
1949년에 설리반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정신건강 세계연방(The World Federation of Mental Health) 회의 집행자 모임에 참석한 후, 호텔에 머물면서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사망하였다. 이 때가 그의 나이 56세였다. 설리반은 그가 제안했던 주요한 정신의학 개념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그의 사후에 명성을 얻었다.
주요 개념
설리반의 대인관계 이론에서 강조하는 개념들 가운데 여기에서는 성격의 본질, 불안, 자아체계, 성격의 양상, 성격의 방어 등에 관해 살펴 보고자 한다.
성격의 본질
설리반은 ‘성격이 인간의 삶을 특징 짓는 되풀이 되는 대인관계 상황의 비교적 지속적인 패턴이다. 설리반은 성격의 본질이 생리적 욕구와 사회적 · 심리적 욕구에서 야기되는 긴장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었다. 따라서 행동의 일차적 목적은 이러한 긴장을 감소시키거나 최소화하는 것이다. 긴장의 두 원천인 생리적 욕구와 사회적 불 안전에 대해 알아보자.
- 생리적 욕구: 첫 번째 긴장 원천인 생리적 욕구는 생존에 필요한 욕구로서 음식, 물, 휴식, 공기, 섹스 등의 필요를 의미한다. 이러한 욕구가 작동될 때, 그러한 욕구가 생성하는 긴장은 만족을 성취하려는 활동을 야기하며 만족은 긴장을 해소시킨다. 따라서 ‘욕구활동 만족 해소의 순환이 계속된다.
- 사회적 불안전: 두 번째 긴장 원천인 사회적 불안전은 문화적 및 대인관 계적 원인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긴장 원천의 목적은 안전을 성취하는 것이다. 아동의 안전감은 그에 대한 어머니의 행동과 태도에 의존한다. 만약 어머니가 아동의 생리적 욕구를 만족시키면서 긴장하거나, 화를 내고, 불행해 하면, 아동은 어머니의 이러한 감정을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서 지각한다. 이러한 감정이 불안이다. 불안은 언제나 대인관계에 원천을 두고 있다. 설리반은 불안이 아동의 자신감 혹은 효율성을 감소시키고 대인관계의 문제를 야기한다고 보았다. 불안은 개인이 속한 가정, 사회, 전체적 문화와 관련되어 있다.
긴장을 해소하면서 성취하는 두 가지 목적인 만족과 안전은 성격의 기반을 형성하며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이다. 아동에 있어 생리적 욕구의 만족은 보다 많은 일관된 추진력이 되며 나중에 발달되는 안전을 위한 욕구는 성격의 전체적 영향에 있어 훨씬 중요하다.
설리반이 가정한 유아기에 나타나는 두 가지 추가적인 욕구가 힘 동기 (power motive)와 신체적 친밀감(physical doseness)이다. 이러한 욕구는 안전 욕구에서 파생되거나 통합된 부분이다. 힘 동기가 얼마만큼 충족되는가에 따라 성격의 방향과 형태가 결정된다. 힘 동기의 위협은 불안전으로 이끌 수 있다. 유아가 태어나서 최초로 깨닫는 것 중의 하나가 자신의 무기력이다. 유아는 대인관계에서 어느 정도의 힘을 성취할 때까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유아는 이러한 힘없이 만족 혹은 안전을 얻을 수 없다. 설리반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신체적 친밀감 욕구를 타고난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욕구는 안전 욕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왜냐하면 신체적 친밀감에 대한 욕구 좌절의 일차적 결과가 불안전의 주요한 특성인 고독이기 때문이다.
불안
불안은 설리반의 대인관계 이론에서 핵심 개념이다. 설리반에 따르면 불안은 모든 종류의 정서적 고통과 관련되어 있다. 즉 초조함, 죄책감, 수줍음, 두려움, 무가치함, 혐오감 등 고통스러운 감정들과 관련된다. 불안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며, 단순한 불편함과 같은 미미한 수준에서부터 숨쉬기조차 힘든 공황 상태까지 다양하다. 불안은 경고 신호와 같다. 신체적 고통도 마찬가지의 역할을 하는데, 뭔가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준다. 한 사람이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어떤 불안을 경험하면, 그 불안은 뭔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이다. 예를 들면, 불안은 결혼 생활이 위태해졌다든가, 자녀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든가 아니면 직장 동료와 사이가 좋지 못하다든가의 문제가 발생했음을 알려주는 신호이다.
설리반은 불안이 항상 대인관계에서부터 비롯된다고 믿었다. 사람간의 장기적 혹은 단기적인 건강치 못한 관계로부터 불안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불안을 유발하는 여러 원인들은 개인의 자기가치감과 유능감을 위협하여, 자아 존중감을 손상시키게 된다.
자아체계
설리반은 20년이 넘게 자아(sel), 자아역동성(self-dynamism), 자아체계 (self-system)를 같은 의미로 종종 사용하곤 하였다. 하지만 생애 마지막 2년 동안 자아 체계라는 용어로 통일하여 사용하였다. 자아체계는 자아보호 체계 (self-protecting system)라는 용어로 더 잘 설명될 수 있는데, 불안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정서적 안전감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안전작동 기제 (security operations)이다. 다시 말하면, 자아보호 체계란 정서적인 괴로움으 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보다 정서적인 안락함을 추구하기 위하여, 개인이 대 인관계에서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전략이다. 자아체계는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안전 기제는 매우 구체적이다. 왜냐하면 대인관계에서 나타나는 행동, 태도 그리고 과정들은 모두가 관찰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아체계는 불안한 아동기로부터 형성되기 시작한다. 즉 아동이 부모의 규칙에 순응하 면 부모로부터의 처벌이나 비난을 면할 수 있기 때문에 순응하기 위한 자아체계를 형성한다. 하지만 아동이 부모의 요구에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이러한 순응은 불안을 피하게는 해줄지언정 진정한 자아의 발달을 저해한다. 자아체계와 진정한 자아와의 간격이 커질수록 정신분열적인 상황이 유발될 수 있다고 설리반은 주장하였다.
성격의 양상
설리반은 개인의 성격을 정의하는 대인관계 상호작용에서 관찰되는 주요한 세 가지 양상을 역동성(dynamism), 인간상 형성(personification), 경험양식 (mode of experience)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세 가지 양상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자.
역동성 역동성은 개인의 연구에 적용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이다. 설리반은 역동성을 개인의 대인관계와 정서적 기능을 특징짓는 비교적 지속되는 에너지 변형의 패턴으로 정의하였다. 역동성의 에너지 원천은 개인의 신체적 욕구에 있다. 이러한 에너지 변형이 어떤 형태의 행동이다. 즉 이것은 습관처럼 반복되고 지속되는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어떤 종류의 행동이 역동성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설리반은 역동성이 성격을 연구하고 기술하는데 있어 가장 작은 요소라고 생각하였다.
에너지 흐름의 과정은 유아와 어머니와의 대인관계 접촉을 야기한다. 즉 역동성은 다른 사람과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개인이 경험의 질과 양을 많이 가질수록, 역동성의 수도 더 많아진다. 넓은 의미에서, 역동성은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서 개인의 행동 및 태도가 밖으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아들러의 생활양식과 유사하다.
인간상 형성
인간상 형성은 개인이 자신 혹은 다른 사람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런 이미지는 욕구만족 및 불안의 경험에서 비롯되는 감정, 태도, 개념의 복합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는 우리의 지각과 마찬가지로 자아체계의 본질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반드시 정확한 표상은 아니다. 역동성처럼, 인간상 형성은 유아기에 시작되며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특정한 사람들에 대해 일관된 지각을 형성함으로써, 개인은 일관된 방식으로 그들에게 반응한다. 예를 들면, 아이가 어머니와 아버지를 권위적이고 엄격한 것으로 지각하면, 아이는 힘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는 모든 성인들을 같은 방식으로 지각할 수 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가 아버지에게 했던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다른 권위 있는 사람들에게 행동하게 된다.
자아상 형성 설리반은 자아에 대한 상을 형성하는 개념으로 자아상 형성 (personification of sell)을 제안하였다. 발달의 주요한 결정원인은 상황에 따른 불안의 수준(gradient of anxiety)이다. 유아는 엄마의 양육에 따라 다른 수준의 불안을 경험하면서 세 가지 자아상인 좋은 나(good-me), 나쁜 나(bad-me), 나 아닌 나(not me)를 형성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인간상 형성의 대표적인 예가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이다. 스테레오타입은 특별한 집단에 속한 구성원의 행동과 태도에 대해 갖는 선입관이다. 이러한 스테레오타입은 어떤 사회의 구성 원들이 수용하고 세대를 통해 전달되는 보편적으로 타당화된 개념 혹은 아이디어이다.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예는 예술가는 인습적이지 않고 창의적이며, 사업가는 냉정하며, 교수는 권위적이다라고 보는 것 등이다. 이러한 편견과 범주화는 인간상 형성과 관련된 내용이다.
좋은 나 자아상
엄마가 양육시 유아의 반응에 온화하게 대하고, 칭찬 해주고, 신체적으로 보상을 해주면, 아이는 좋은 나의 자기 지각을 형성하게 된다. 설리반은 유아의 좋은 나의 자아상은 의미있는 대상인 어머니와의 만족스럽고 기쁨을 주는 대인관계의 산물이라고 보았다.
나쁜 나 자아상
엄마가 양육하면서 불안과 긴장을 느끼게 되면 엄마는 유아의 특정 행동, 예를 들어 신체의 특정 부분을 만지거나, 울음을 그치지 않거나, 특정 음식을 거부하거나 목욕하지 않으려 하는 행동에 더 과민하게 반응한다. 즉 이런 엄마의 긴장으로 인해 유아는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람직하지 못하고 불안을 야기시키는 엄마의 행동들로 인해 유아는 나쁜 나 자아상을 형성하게 된다.
나 아닌 나 자아상
이 자아상은 정상적인 사람이 꿈꾸는 동안을 제외하고 의식적으로 거의 경험하지 못하는 성격의 부분이다. 반면에 정신 분열증 환자는 나 아닌 나 자아상의 경험을 자주 한다. 나 아닌 나는 강렬한 불안을 경험하면서 형성되기 시작되는데, 불안이 크면 현실과의 접촉이 잘 이루어지지 않게 되고, 이에 따라 유아는 자신이 경험하는 것들을 제대로 조직화하지 못하게 된다. 때문에 인과관계의 추론 등이 어려워지게 되고, 경험 내용과 경험에 대한 감정이 분리되게 된다. 이는 뒤에 설명될 병렬적 경험양식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