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의 인지적 성격 이론

최근에 상담 및 심리치료 영역에서 인지를 강조하는 치료적 입장이 각광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인지 치료적 접근으로 엘리스의 인지 • 정서 • 행동치료와 벡의 인지 치료를 들 수 있다. 엘리스와 벡은 원래 정신분석 훈련을 받고, 정신 분석을 적용하였으나 효과성을 느끼지 못하여 보다 단기적이며 효과적인 자신들의 치료 접근방식을 개발하였다. 여기에서는 치료적 접근방식으로부터 비롯된 엘리스와 벡의 인지적 성격 이론을 살펴 보고자 한다.


인지적 성격 이론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다’는 표현은 우리의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 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표현도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지각하는 가의 관점을 강조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흔히 자신에게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이 직접적으로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사건보다는 우리가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의 신념 체계(belief system)가 우리의 감정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 하에 엘리스(Albert Ellis, 1913~ )는 인지• 정서 • 행동치료(Rational-Emotive Behavior Therapy: REBT)를 발달시켰다. 엘리스는 합리적 이성이 중요하다는 기본가 정에서 1955년에 처음으로 그의 상담 접근방법을 인지 치료(rational therapy)’ 라고 불렀으나 1961년에 인지-정서 치료(rational-emotive therapy)’ 로 변경한 후, 1993년에 인지 정서 행동치료로 바꾸었다. 이런 발달 과정 때문에 엘리스는 자신의 상담 접근이 최근의 주요한 상담 및 심리치료의 경향인 인지 치료(cognitive therapy)의 원조라고 주장한다.

엘리스는 인지 • 정서 • 행동치료를 주창한 최초의 사람으로서 스토아 철학자인 에픽테투스(Epictelus)의 말을 자주 인용한다. 에픽테투스는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일어난 사건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이러한 사건을 보는 우리의 관점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즉 우리의 생각 혹은 신념 체계를 바탕으로 일어난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불교에서 강조하는 일체유심조, 즉 세상사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말도 생각을 강조한 내용이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마음먹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엘리스의 생애

엘리스는 1913년 9월 27일 피츠버그(Pitsburgh)에서 태어나서 브롱크스 거리에서 자랐다. 엘리스는 자신이 거의 ‘반고아’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엘리스의 아버지가 여행을 자주 다니는 바람에 자신과 동생들을 거의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자녀들을 키울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던 사람이 있다. 그 결과 엘리스는 어머니가 나를 돌보는 것만큼 나도 어머니를 돌보아야 했다”라고 말했다. 부모의 양육 태만과 더불어 엘리스는 신장염을 앓았기 때문에 종종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수줍음을 많이 타고 내향적인 아이였기 때문에 외향적이며 무모하기까지 한 남동생에게 많이 주눅 들기도 했다. 무능한 어머니에, 무모한 남동생에 푸념쟁이인 여동생 때문에 비참한 아동기를 보냈을 법 했지만, 엘리스는 ‘비참한 것을 거부’했다. 여동생은 우울증과 불안에 시달렸지만, 후에 엘리스는 자신의 인지 • 정서 • 행동치료로 여동생을 치료할 수 있었다.

백만장자가 빨리 되고 싶어서 뉴욕의 상업고등학교로 진학했지만, 졸업할 즈음에 대공황이 덮치는 바람에 백만장자의 꿈은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다. 시립대학에 진학하여 영문학을 전공하여 여섯 개의 소설을 썼지만 아무도 출판해 주지 않았다. 난혼(promiscuity)에 대해 글을 쓰기 위해 연애 소설과 실화 소설 등을 즐겨 읽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엘리스와 상의하기 시작했고, 엘리스 자신도 사람들을 잘 도와주고 재미있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콜롬비아 대학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고, 정신분석가로부터 비공식적인 훈련을 받았다. 그 당시에는 심리학자에 대한 훈련이 인가되지 않을 때였다.

엘리스는 1953년에 정신분석을 포기하고 더 효율적인 방식을 찾으려 했다. 1955년에 인지를 강조하는 새로운 접근법인 인지 치료(rational Psychotherapy)를 소개하였다. 후에 정서를 무시한다는 비난이 일자, 인지-정서 치료(rational emotive psychotherapy)로 접근법을 수정하였으며, 1991년에는 인지 • 정서 • 행동치료로 이름을 바꾸었다.

엘리스는 평생 당뇨병, 청각이상, 시각 이상 그리고 다른 신체장애를 경험하였다. 하지만 거의 90대에 이른 현재에도 자신의 기본 원리들을 적용하고, 집필하며, 워크숍을 직접 주재하고 있다.

주요 개념

여기에서는 엘리스의 주요 개념으로 성격의 세 가지 측면, 당위주의, 비합리적 사고, ABC 이론에 대해 알아 보고자 한다.

성격의 세 가지 측면

엘리스는 성격의 형성을 설명하는 세 가지 측면을 생리적 측면, 사회적 측면, 심리학적 측면으로 구분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김정희, 이장호, 1998, Pp. 260-265).

■ 성격의 생리적 측면
엘리스는 인간 성격의 생물학적 측면을 강조한다. 엘리스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사용되지 않은 거대한 성장 자원이 있으며, 자신의 사회적 운명과 개인적 운명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그와 동시에 사람들이 비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해를 끼치려는 예외적으로 강력한 선천적 경향성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인간 성향은 개인이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서 최상의 것을 원하고 또한 주장하는 매우 강한 경향성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고 여길 때, (1) 자신 (2) 타인 및 (3) 세상을 두루 비난하는 매우 강한 경향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인간은 생득적인 자기 파괴(self-sabotaging)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파괴한다.

성격의 사회적 측면
인간은 사회 집단 내에서 양육되며, 인생의 대부분을 타인에게 인상을 남기려 하고,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고, 타인의 수행을 능가하려고 노력하는 데 바친다. 즉 타인이 자신을 인정하고 승인한다고 믿고 있을 때, 보통 자기 자신’을 선량하고 가치 있는 사람으로 본다.
엘리스에 따르면, 정서적 장애는 타인들이 생각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염려를 하는 것과 관련되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좋게 생각할 때만 자기 스스로를 수용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부터 기인한다. 그 결과 타인의 승인을 받고자 하는 욕망이 커지게 되어 타인에 대한 인정과 승인에 대한 욕구가 절대적이고 긴박한 욕구가 된다. 이렇게 됨으로써 불안과 우울을 피할 수 없게 된다.

■ 성격의 심리학적 측면
엘리스는 슬픔, 유감, 성가심, 좌절감과는 구별되는 정서적 혼란이 비합리적인 신념에서 유발된다고 보았다. 비합리적인 신념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진술의 형태를 취한다. “내가 어떤 것을 원하기 때문에, 그것이 존재하는 것은 바람직하거나 선호되는 것일 뿐 아니라 절대적으로 존재해야만 하며, 만약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끔찍한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불안하거나 우울하거나 흥분하게 되며, 그렇게 느끼는 자신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시 말하면, 개인이 일단 비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불안과 우울을 경험하게 되면, 자신이 스스로 불안하고 우울한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우울해할 것이다. 그리하여 악순환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개인의 현재 감정 측면에서 볼 때, 그 감정에 더 초점을 둘수록 그 감정들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바람직하지 못한 감정을 차단하는 더욱 논리적인 관점은 개인이 불안을 생성하는 신념 체계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는 것이다.

당위주의

우리를 파멸로 몰아넣은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가 갖고 있는 비합리적 신념이다. 우리가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느냐와 부정적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다른 정서적, 행동적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흔히 경험한다. 마찬가지로 사고, 감정, 행동은 상호 밀접하게 관련되어 순환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다. 비합리적 신념에 의해 야기된 부적절한 감정이나 역기능적 행동은 다시 또 다른 비합리적 생각을 촉발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한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이다. 전지전능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과 관련하여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대체로 비합리적인 신념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것은 세 가지 당위성, 즉 자신에 대한 당위성, 타인에 대한 당위성(others must), 조건에 대한 당위성(Conditions must)과 관련되어 있다.

■ 자신에 대한 당위성
우리 자신에 대해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나는 훌륭한 사람이어야 한다, 나는 실수해서는 안 된다, 나는 실패해서는 안 된다, 나는 실직 당해서는 안 된다, 나는 항상 적절하게 행동해야 한다 등 수없이 많은 당위적 사고에 우리는 매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에 대한 당위적 사고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자기 파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 타인에 대한 당위성
우리와 밀접하게 관련한 사람, 즉 부모, 자식, 부인이나 남편, 애인, 친구, 직장동료에게 당위적인 행동을 기대하는 것이다. 부모니까 나를 사랑해야 한다, 자식이니까 내 말을 들어야 한다, 부인이니까 정숙하게 행동해야 한다, 애인이니까 자나 깨나 나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친구니까 우정을 보여야 한다, 직장동료니까 항상 일에 협조해야 한다 등 가까운 타인에게 바라는 당위적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인간에 대한 불신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불신감은 인간에 대한 회의를 낳아 결국 자기 비관이나 파멸을 가져오게 된다.

■ 조건에 대한 당위성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에 대해 당위성을 기대하는 것이다. 나의 가정은 항상 사랑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한다, 나의 방은 항상 깨끗해야 한다, 나의 교실은 정숙해야 한다, 나의 사무실은 아늑해야 한 다, 나에게 주어진 일은 3D(Dangerous, Dinty, Difficult)가 아니어야 한다 등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에 대해 당위적 사고를 갖고 임하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고 원하는 것처럼 지속되는 당위적인 조건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은 흔히 이러한 당위적 조건을 기대하면서 그렇지 않은 경우에 화를 내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한다.

비합리적 사고

엘리스(1962, PP. 60-88)가 제시한 정서장애의 원인이 되고 유지하는 비합리적인 생각은 다음과 같다.

1. 알고 있는 모든 의미 있는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이 필연적이라는 생각.

2.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려면 모든 측면에서 철저하게 능력이 있고, 적절하고, 성취적이어야 한다는 생각.

3. 어떤 사람은 나쁘고 사악해서 그러한 사악함 때문에 가혹하게 비난받고 처벌받아야 한다는 생각.

4. 일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이것은 끔찍하고 파국적이라는 생각.

5. 인간의 불행은 외적인 사건에서 비롯되었고 사람들은 자신의 슬픔과 장애를 통제할 능력이 없다는 생각.

6. 위험하거나 두려운 일이 있으면 그 일에 대해 몹시 걱정하고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계속해서 가져야 한다는 생각.

7. 인생의 어려움이나 자기 책임감을 직면하는 것보다 피하는 것이 더 용이하다는 생각.

8.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야 하고 의지할 만한 자신보다 강한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9. 자신의 과거사가 현재 행동의 중요한 결정요인이며 일어났던 중요한 일이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그것이 또한 유사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생각.

10. 타인의 문제나 장애로 인해 자신이 몹시 당황하거나 속상해야 한다는 생각.

11. 문제의 완전한 해결책이 항상 있고 만약 이러한 완전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파국이라는 생각.

 

ABC 이론

엘리스는 신념 체계를 합리적인 것과 비합리적인 것으로 분류하였다. 합리적 신념 체계를 갖는 사람은 일어난 사건에 대해 합리적 해석을 하여 대처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정서적 행동적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비합리적 신념 체계를 가진 사람은 일어난 사건에 대해 비합리적으로 해석하여 바람직하지 않은 정서적 행동적 결과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므로 엘리스에 따르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합리적 신념 체계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며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비합리적 신념 체계의 지배를 받는 사람이다. 우리의 정서적, 행동적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 사건보다는 신념 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인지 • 정서 행동치료를 ABC이론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사는 당신에게 의미 있는 활성화된 사진(Actvaing crens)을 B는 ‘신념 체계'(Belief system)를, 그리고 C는 정서적 • 행동적 결과'(Consequences)를 의미한다. 엘리스는 내담자의 심리적 고통이나 문제는 그의 비합리적 신념 체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확고하게 믿는다. 따라서 인지 • 정서 • 행동치료는 내담자가 가진 비합리적 신념 체계를 합리적 신념 체계로 바꾸게 함으로써 문제해결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상담자는 문제를 가진 내담자의 신념 체계가 비합리적이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논리적으로 반박함(disputing)으로써 변화를 유도한다.

성격 이론의 적용

엘리스는 인지 정서• 행동치료가 인본주의적 심리치료라고 주장한다. 인간이 합리적 삶을 이끌기 위한 기본적 원리는 자신의 어떤 수행에 의해서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존적 존재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다(Ellis, 1973). 따라서 엘리스는 인간이 가진 문제해결을 위한 가장 인본주의적 접근인 인지 • 정서 행동치료를 따른다면, 자신과 타인을 인간으로서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지 • 정서 • 행동치료는 인간이 합리적 사고와 비합리적 사고의 잠재성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가정한다. 즉 인간은 타고난 합리적 신념에 의해 자신을 성숙하게 하거나 실현할 수 있으며 동시에 타고난 비합리적 신념에 의해 자 신의 성숙을 방해하거나 자신을 파괴할 수 있다고 본다. 인간이 생물학적 경향성으로 대립하는 합리적 사고와 비합리적 사고를 타고났다는 엘리스의 주장은 성선설과 성악설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 잠재적 경향성인 비합리적 신념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이것을 바꾸는 작업이 그렇게 용이하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상담자가 인간으로서 내담자를 수용한 후 논리적인 칼날로 내담자의 자기 파괴적인 비합리적 신념을 잘라낼 수 있는 예지가 필요하다.

엘리스는 인간은 끊임없이 자기 대화와 자기평가를 하면서 자신의 삶을 유지한다고 본다. 합리적 신념에 의한 자기 대화와 자기평가는 자신이 선택한 건 전한 인생 목표를 달성하게 해줄 것이다. 그러나 비합리적 신념에 의한 자기 대화와 자기 평가는 부적절한 정서를 느끼고 역기능적 행동을 수행하도록 하게 할 것이다.

■ REBT의 원리
인지 정서 행동치료(REBT)에서 주장하는 여섯 가지 의 중요한 원리는 다음과 같다.

① 인지는 인간 정서의 가장 중요한 핵심적 요소이다.
② 역기능적 사고는 정서장애의 중요한 결정요인이다.
③ REBT의 기본 개념이 우리가 사고하는 것을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REBT는 사고의 분석부터 시작한다.
④ 비합리적 사고와 정신병리를 유도하는 원인적 요인들은 유전적이고, 환경적 영향을 포함하는 다중요소로 되어 있다.
⑤ REBT는 다른 상담이론과 마찬가지로, 행동에 대한 과거의 영향보다 현재에 초점을 둔다.
⑥ 비록 쉽지는 않지만, 신념은 변화한다고 믿는다.